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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언론보도

  • 사면 보다는 범죄피해자 기본법을!
  • 등록일  :  2005.08.12 조회수  :  2,891 첨부파일  : 
  • --- 사면 보다는 범죄피해자 기본법을! ---


    오늘날에도 학계와 실무계의 주된 관심은 범죄인에 쏠려있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살인자 유영철의 인격, 소질, 환경, 처벌 등에는 관심을 갖지만, 그 피해자나 유족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범죄피해자는 형사사법제도에서 잊혀진 존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러나 범죄피해는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다. 어느 누구도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사기를 당하여 평생 번 재산을 날릴 수 있다. 교통사고나 폭력범죄를 당하여 생명, 신체를 침해당하거나 불구가 될 수도 있다. 범죄는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빼앗아갈 수 있는데,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회가 피해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여태껏 범죄피해를 당하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들이 범죄피해를 당했기 때문이다. 범죄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다. 

    ‘열 명의 도둑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자를 벌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근대형사사법의 기본원리는 범죄피해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도둑을 맞은 열 명의 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1명이 모두 무죄가 된다. 피해를 복구받을 가능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그렇다고 하여 형사사법의 기본원리를 바꿀 수는 없다. 여기에 국가가 범죄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나서야 할 이유가 있다. 소극적 실체진실주의라는 원리는 다른 한편으로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필수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작년부터 법무부와 검찰이 범죄피해자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전국 55개 검찰청 또는 지청 단위에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생겨났다. 센터를 운영하는 위원이나 자원봉사자는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범죄피해자기본법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수많은 범죄피해자가 고통을 받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반면, 범칙자나 범죄자를 배려하는 특별사면이니 일반사면이니 하는 말만 오가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더 시급한 것은 범칙자나 범죄자에 대한 배려 보다 피해자에 대한 배려이다. 국회는 하루빨리 범죄피해자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출처 : 법률신문 2005-07-28  / 오영근 교수 (한양대 법대)]